간사하고 부끄러운 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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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합천 가야산을 오르면서 생긴 이야기입니다.
가야산은 쉬운산이 아닙니다.
해발1400m라는 고도는 함부로 마구잡이로 갈 수있는 산이 아니라는것을 잘 알기때문에 천천이 체력 안배를 하면서 페이스대로 오릅니다.


그래서 자주 쉬게되고 쉴때마다 만나는 사람들도 많아집니다.
쉴때는 확실하게 쉬기위해서 장구를 완전히 벗어놓습니다.

때로는 양말까지도 벗고 쉴때도있습니다.


그날 유난히 기온이 높아서 올봄 최고기온인 21도까지 오른날이었지요.
작은 물병이긴 하지만 오를때 두병다 마셔버렸습니다.
내려올때는 다행이 남은 귤 하나로 버티면서 내려왔지요.


올라갈 때 이야기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3부능선쯤 되는 곳의 가파른 경사로에 벤치가있어서 완전히 장구를 벗고 쉬었습니다.
그때 저 아래에서 함께했던 분들이 올라오고 지나가길래 합류하려는 마음으로 급하게 챙겨서 따라갔습니다.

깔딱 고개로 느껴지는 부분에 쉴 수 있는 공간에서 함께 휴식했습니다.
이때도 완전히 장구를 벗어놓고 꽤 오래 쉬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하다가 함께 쉬는 분들이 떠나고 나도 일어서는데 앗뿔사 카메라가 없습니다.

아무리 두리번거려도 없고 저아래 두번 쉬었는데 바로아래 두고왔는지 더 아래 두고왔는지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다만 여기까지 함께온 분들 따라오려고 했으니까 바로 아래있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사진을 찍기위해서 산에 간다고 말 할정도로 거추장스럽드라도 덩치 큰 DSLR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는데 오늘 어쩐일인지 그만 두고 올라온 것입니다.


마음이 갑자기 급합니다.


무릅 관절때문에 하강할때 조심해야 되는데 마음이 급하니가 무리하며 내려갑니다.


순간 많은 생각이 스칩니다.

만약 없다면 누가 가져간 것일테니까 빨리 산 아래까지 내려가야 할까?

내려가면 날 봐라 하면서 카메라를 메고 다닐까?

산행하려 왔는데 다시 올라가야하나?

어떤분이 카메라를 메고 올라 왔으면 좋겠는데..


만약 없다면 내가 길게 두번 휴식한것을 감안해서 냅다 뛰어야 할까?

등등 머리에 스치는 온갖 가상으로 머리가 복잡해 집니다.


어찌 내려왔는지 모르게 바로 아래 휴식했던 벤치까지 왔는데 멀리서 봐도 카메라로 보이는 새까만 물체가 벤치 한켠에 보입니다.


가죽끈은 아래로 쳐지고 약간만 건드려도 굴러 떨어질 만큼 벤치 끝까지 밀려있습니다.


내가 온 이후로 누군가 이 벤치에 쉬었고 카메라를 건드린 흔적은 분명합니다.

그래도 내가 상상 한 것처럼 들고 줄행랑 치진 않았던 것입니다.


빠른 상상력을 발휘한 간사한 내 마음이 부끄러워집니다.
누가 내 마음을 읽을 수가 있었다면 에이 나쁜놈 했을 것입니다.


요새 우리나라 산인들이 얼마나 신사인지 내가 깜박 했던 못난 마음이 부끄럽습니다.

내려온 길을 다시 천천이 올라가서 정상을 밟고 산행을 마무리한후 이제사 그때 그 부끄러운 마음을 정리해서 남깁니다.


잠간의 바쁜 마음 때문에 페이스를 잃고 산행이 좀 힘들었지만 무사히 우두봉,칠불봉 다 밟고 하산했습니다.

산이 덕을 가르치는데 좁은 마음이 의심으로 꽉 차 있었던 것입니다.

산인들의 착한 마음을 믿어야 합니다.


두고온 카메라두고온 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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