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정거장 먼저 내려서 걸어오던날.
- 블로그일기/창작일반
- 2023. 5. 26. 20:26
미리 내린 전철역에서 걸어오던 날
나들이 갔다 돌아오면서 내릴 곳보다 두 정거장 먼저 내려서 천천히 걸어서 집엘 돌아옵니다. 우리 동네는 온천천이라는 좋은 도시하천이 있는 동래입니다.
이 하천이 어떻게 탄생하게 된 것이며 어떻게 지금처럼 고기가 노니는 청정하천으로 탈바꿈하게 된 이야기는 더 이상 할 필요도 없을 만큼 이 고장 사람들은 다 아는 내용입니다.
전철역을 내려서 집이 있는 방향으로 걷기 위해서 하천가에 잘 정비된 인도로 내려갔습니다.
마침 여름 강바람이 시원하게 불고 평일이라서 거는지 사람들도 별로 없는 한산한 길에는 여유로운 산책객들이 저마다 걷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뛰기도 하고 어떤사람은 거꾸로 가기도 하고 어떤사람은 애완동물과 함께 걸어갑니다.
바람을 가르며 쏜살같이 달려서 지나가는 사람 도 있습니다.
희귀 하게도 뒷걸음로 걷는 사람도 있고 손에 뭔가를 들고 벌쓰는 것처럼 두 팔을 하늘로 높이 들고 걷는 사람도 있습니다.
모두들 다 스스로 터득한 건강을 위한 길 걷기를 하는 것입니다.
어떤 포즈로 걷던지 뛰던지 기든지 뒷걸음치든 간에 나무랄 일도 아니고 관심 가질 일도 아닙니다.
길가는 방법이야 늦게 가든 빨리 가든 되돌아 가든 자기길 자기가 가는 것입니다.
물 건너 사람들도 똑같이 걸어갑니다.
중간에 징검 다릴 건너가기도 합니다.
내가 가는 방향은 그저 똑바로 강물과 함께 나란히 걷기만 하면 됩니다.
아주 쉽게 바로만 가면 되지만 작은 유혹들은 수시로 나타납니다.
중간에 징검다리도 정자도 샛길도 다 갔다 오면 좋지만 그만큼 늦게 가게 될 것이기 때문에 샛길이나 징검 다릴건너갈 필요는 없습니다.
시간이 남아돌고 일부러 늦게 가려한다면 정자도 오르고 길가의 카페도 들리고 징검다리도 건너서 반대편 길도 걸어 올라갔다가 다시 되돌아와도 됩니다.
그렇지만 오늘은 집에 가서 할 일도 있고 약간의 길 걷기로 운동량을 보충하려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까지 여유롭지는 않습니다.
체력이 왕성할 때라면 쓸데없이 뛰어서 먼 거리까지 달려갔다 와도 충분하게 시간을 맞출 수 있겠지만 자기 능력대로 걸어야 합니다.
길을 걸어가면서 항상 보는 경치가 항상보는 새로운 것이라면 얼핏 이상한 말로 들릴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자주 보면 몰라도 천천히 자세히 보면 조금씩 분명 달라집니다.
모든 것은 빨리보다 천천히가 중요합니다.
크게는 계절에 따라서 작게는 매일 일기에 따라서 또는 요일과 날자에 따라서 언제다 똑같지 않습니다. 온천천이라는 큰 베이스를 깔고 그 위에 조금씩 달라지는 자연이 그리는 그림은 아름답게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봄꽃이 화려하던 강가에 이제 칸나가 피고 섬초롱꽃이 피고 있는 것은 자세히 보지 않으면 놓치고 맙니다. 사람들은 폰카를 들고 수시로 변화하는 모습들을 담아갑니다.
경치도 담고 사람들도 담고 계절 따라 다르게 피는 꽃들도 담습니다.
온천천 강가의 이쪽저쪽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행사들도 사람들은 좋아합니다.
한바탕 북새통이 일어날 때는 그런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고 오늘처럼 조용하고 한적한 날에는 이런 길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나들이를 나옵니다.
우리는 이렇게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온천천가에서 함께 살아갑니다.
오늘 세 정거장 먼저 내려서 집에까지 오면서 쓸데없이 떠오르는 생각과 걸으며 폰카로 찍은 사진을 블로그 일기로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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