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초꽃 눈처럼 핀 산길에서 사진을 찍는다.
- 블로그일기/창작일반
- 2014. 9. 26. 20:36
망초꽃 눈처럼 핀 산길에서 사진을 찍는다.
(블로그 일기)
서늘한 기운이 팔소매를 스치는 아침 산행을 합니다.
약간의 습기가 느껴지는 길가 숲에는 작은 망초꽃이 눈온것처럼 하얗게 피었고 막 피어나는 억새꽃이 한데 어울어저서 약간씩 흔들 거립니다.
천천이 걸어서 비탈길을 오릅니다.
수림에는 일찍 깬 산새들이 재잘거리고 발옆 계곡에선 물소리도 도르륵 도르륵 들립니다.
초봄에 흐드러지게 피는 개망초보다는 억새풀 사이로 앙징맞게 피는 우리의 망초꽃이 훨씬 좋습니다.
망초꽃 눈처럼 하얗게 쏟아부은 길가를 지나서 일찍 떨어진 낙옆이 아직은 풋풋한 암자길로 오릅니다.
부지런한 스님이 운치도 없이 낙엽하나 안남기고 깨끗이 쓸어버린 암자의 문을지나서 허리를 약간 굽히고 합장하며 불사채를 지나갑니다.
바위언덕 넘어로 아직은 잠든듯 고요한 마을을 내려다 보며 잠쉬숨을 고릅니다.
걸처멘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내고 옹기종기 모여있는 운무가 살짝 덮인 마을을 담아봅니다.
맨날 보는 마을도 볼때마다 내겐 다르게 보이는데 이 미련한 카메라는 항상 똑같이 담아낸다.
그래도 이번엔 좀 다르게 담을것을 주문하며 샤터를 살짝 눌러본다.
이윽고 태양은 밝고 긴 빛줄기를 이산 저산에 마구 쏘아대고,
산들은 봉우리에서 능선으로 게곡으로 기지개를 키면서 으시시 깨어난다.
거대한 엔진이 시동을 거는것처럼 산천은 가동을 시작하고 여기저기서 으르릉 거리며 하루가 시작된다.
나는 보잘것없는 작은 톱니바퀴 하나를 돌리며 이 거대한 메카니즘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오늘 하루가 시작된다.
하루가 지나서 해가지고 밤이오면 내일아침 나의작은 톱니바퀴를 돌리며 태양이 시동을 거는것을 또 보리라.
망초핀 길은 사라지고 으시시 바람불고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차거운 바람이 불때도 나는 일찍 쓸어버린 깨끝한 암자길을 지나고 동네가 보이는 바위길을 올라서 또 사진을 찍을 것이다.
망초꽃 눈처럼 핀 산길에서 사진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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