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 나면 마음이 고조되는 그 때 !
- 국방-군사
- 2021. 2. 25. 06:56
지금도 군가를 들으면 감정이 요동칩니다.
군대를 다녀온 남자들은 노소(老小)를 불문하고 군대 이야기가 나오면 눈에 생기가 돌면서 갑자기 열을 올리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군을 제대 한 지가 얼마나 지났는지 기억도 안 날만큼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겨울이 오고 추위가 한창인 이맘때가 되면 1.21 사태의 "경기도 양주군 별레면"의 그 깊은 산 골짜기에 있을 때가 떠 오릅니다.
지금은 서울 외곽으로 도시가 되었지만 그때는 라면 하나 파는 곳도 수 KM나 나가야 하는 산골 오지였습니다. 행정구역 명은 지금도 같은지는 모릅니다.
그 추운 겨울 이름도 모르는 산 골짜기 비탈에 쭉 줄 서 있는 작은 삼각 3인용 텐트들 앞으로 오르락내리락하며 보초를 서든 그때 그 밤이 잊을 수가 없습니다.
겨울만 되면 그 겨울의 추억은 죽을 때까지 잊히지 않을 것입니다.
어디서 들리는 이상한 바스락 거림은 왜 그리 크게 들리는지 , 온몸의 신경 안테나를 최고의 경계 상태로 끌어올리고 숨도 쉴 수 없는 무서움이 엄습하는 시간을 참고 견디다가 나도 모르게 담대한 목소리로 군가를 부릅니다.
강력한 자기 체면에 빠지는 순간 군가 소리를 높입니다.
그때 맨 위쪽 선임 텐트에서 야 이 ㅁㅊ놈아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자겠다...
하는 소리가 들리면,
배낭 질머지고 무반동총 세워 놓고
아!
여기 텐트 안에 나의 전우들이 있었지....
고이 잠든 텐트 안의 천군만마 같은 전우가 느껴지고 언제 있었냐는 듯 두려움은 사라지고 곧 근무 교대 시간이 됩니다.
너무 추워서 통일화도 신은 채로 철모 속의 화이버도 쓴 채로 잠든 나의 전우 사이로 비집고 들어 누우면, 금방 공기도 신선한 산골의 밝은 아침이 됩니다.
내 아들도 군에 갔었고 만기 제대를 했으며 그 아이도 군대 이야기를 합니다.
현대 군대 생활이야 그때와 비교하면 5성급 호텔에 출장 가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리 말하면 싫다고 할 것 같고 길어질 것 같아서 말하지는 않습니다.
숲 속에서 아침을 먹고 나면 선임들 식기까지 커다란 배식 통 안에 담아서 얼어붙은 개울가에 내려가 주위의 마른풀을 뜯어서 기름 낀 스테인리스 식판을 문질러 닦습니다.
사실 그게 딱일 리가 있습니까?
흙모래로 문질러도 보고 마른풀로도 문질러 봤지만 비누 같은 쇼팅유가 늘어 붙어서 삐그덕 삐그덕 하는 식판은 다음 식사 때 뜨거운 국물과 밥이 다시 녹여 주었지요.
대충 그렇게 그렇게 세월은 가고 근무지도 바뀌면서 군단을 왔다 갔다 하는 광폭 전출을 하면서 무사히 보낸 군 생활의 그때 미치도록 긴 3년이었습니다.
학교도 3년, 6년.. 머 많지만 군 생활 그 짧은 기간은 유달리 머릿속 깊이 각인되었다는 것을 살면서 알게 됩니다.
무전기 짊어지고 벙커 앞에서
겨울은 해마다 오고 가끔 떠 오르는 어쩌면 그리움 같은 애증의 세월이 딴 나라 이야기처럼 공허하지만 , 나의 힘주어 연설하는 이야기를 지겹게 들어온 할멈은 이제 그 멋진 스토리를 조금 이해합니다.
나는 애마의 USB에 잘 나가는 군가를 수록해서 내가 좋아하는 혼산을 갈 때 힘찬 군가로 가득한 차 안에서 목청껏 군가를 부르면서 천리만리를 달립니다.
그때 그 미친놈아 하던 병장도 가끔은 생각나고 어디서 어떻게 여생을 사는진 몰라도 혹시 밤중에 군가를 불러서 잠을 깨운 그 미친 신병을 기억했으면 하는 생각까지 가면 피식 웃음이 나옵니다.
지금도 우리의 젊은 용사들은 어떤 계곡 어느 능선에서 차가운 밤바람 맞으며 부모 형제 나를 믿고 단잠을 주무신다는 노래를 부를 것이란 생각을 합니다.
아무쪼록 그 젊은 인생의 짧은 순간이 긴 인생을 살면서 어려운 일을 만났을 때 회피하지 않고 사나이답게 몸으로 막아 낼 수 있는 큰 경험이 되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이 시간에도 대한민국 국군으로서 각자 맡은 그곳에서 군무를 충실히 하고 있을 우리의 하급 병사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병역 기간을 마치고 용감하고 늠름한 사나이로 돌아올 것을 믿습니다.
가끔 군대를 가기 싫은 사람도 있고 못 가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이유는 있을 것이며 나무랄 생각도 없고 이해도 합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또다시 그때가 온다 해도 기꺼이 가서 좋은 경험도 하고 국가를 위해 작은 시간을 보태는데 주저하지 않겠다는 생각은 하게 됩니다.
무슨 애국자냐? 등 이런 장르 말고 세월이 흐르고 난 후 청춘의 한 시간을 보낸 그 향수 같은 시기가 떠 올라서 주는 마음속의 느낌은 어떤 또 다른 좋은 것입니다...
겨울이 되고 오래된 전역 기념 앨범을 보게 되어 고생인지 경험인지 모를 한 시기가 떠 오르고 가슴이 뭉클해지는 기분으로 이 글을 씁니다.
군대생활 하며 찍은 사진으로 만든 제대 기념 앨범이 낡아서 옮겨 새로 만든
오래된 군대 앨범을 보다가 생각나는 이야기를 쓴 것입니다.
연관글 목록
이 글을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