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에 쓰는 세레나데(Serenade)
- 블로그일기/창작일반
- 2016. 12. 25. 10:40
오늘이 성탄절이랍니다.
그 옛날 성탄전야(聖誕 前夜)는 크리스마스이브라고 해서 무작정 설레고 밤을 헤매던 그런 시간이었고 그 시간이 가는 것이 아까워 어찌할 줄을 모르고 버둥대던 때가 떠오릅니다.
오늘 12월 25일은 내게 아무런 감동을 주지 못합니다.
나이가 들어서 무딘 탓도 있지만 12월 25일에 해야 할 특별한 어떠한 이벤트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서글프거나 허무한 마음이 드는 것은 아니며 보통 날과 전혀 다르지 않다는 말입니다.
성탄절에 쓰는 세레나데(Serenade) 연말 밤품경
무슨 유행가 가사처럼 이제 와서 이 나이에 밤을 휘젓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고 딱히 밤을 같이 할 재미있는 일도 없어서 그냥 이브가 지나가고 25일 아침을 맞이한 것 뿐입니다.
몇 년 전만 해도 광복동 불빛축제 보러는 가드랬는데,
올해는 아직 가보지 못했고 끝날 때 까지 가 보려는 계획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이렇게 해서 나이 든 사람이 싫든 좋든 무감각해 진다고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도 어느 날 어느 곳에서 우연히 로맨틱해지는 상상은 가끔 해 보지만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제로인 일인데도 잠깐씩 희열 같은 것을 느끼면서 아직 열정이 좀 남아 있나 하고 자신의 정신 건강을 고맙게 생각하기도 합니다.
듣기 좋은 말로 시니어 계획대로 날마다 돌아다니고 쓸데없는 짖은 많이 하지만 ,
까놓고 바로 말한다면 마음 초조한 늙은 백수가 발광 하는 거 아니겠나 하는 부정적인 생각이 머리를 삭삭 스치기도 합니다.
날마다 어질러 놓고 결과는 하나도 없고,
아무 짓도 안 하는 게 훨씬 좋은 줄 알지만 그렇다고 아무 짓도 안 하면 살아있는 송장이지 않나 해서 자꾸 뭘 하다 보니까 집 안이 지저분해 지고 치우기는 더 싫어지고 악순환이 조금씩 더 커지면서 회전하네요.
그나마 이 미련한 PC라는 기계가 나의 소일 할걸 많이 만들어 줘서 참 고맙게 생각합니다.
움직였다 하면 돈만 결딴내는 나의 역마살을 많이 붙들어 주거든요.
이제 와서 이 나이에 이 기계라도 없었다면 한겨울 긴 밤에 뭘 하고 놀 수 있었을까 말입니다.
맨날 친구들 불러서 고스톱만 한다면 십중팔구 노름꾼 소리 듣기 딱 좋을것이구요 ...
혈압 당뇨 없어서 자랑하고 다니는데 자만심으로 술 먹고 밤새우면 금방 순환계통 이상 생긴다고 하지 않습니까 말입니다….
산을 좋아해서 큰 산 좀 다니려고 재미 부친 게 엊그젠데 벌써 관절에 무리 생긴다고 이구동성으로 자제하라고 야단이니 사실 겁도 나고 해서 큰 산이 그립지만, 선뜻 나서지지는 않네요.
카메라 들고 강가에 나가다 보면 맨날 똑같이 맨홀 뚜껑 위에 앉아서 물만 내려다보는 늙은 잿빛 왜가리를 보곤 하는데 괜히 측은해 보이더라고요….
그 이야기를 어느 SNS에 썼더니 어떤 구독자가 말하길 늙은 왜가리가 꼭 나 같습니다. 하던 말이 생각나서 그만 피식 웃었네요.
늙은왜가리 성탄절에 쓰는 세레나데(Serenade)
이제는 신유년이 코앞에 와 바라보고 앉아서 들어 갈게요 하는데, 병신년 마지막 달 25일의 아침에 한해를 되돌아보는 거창한 반성문은 아니더라도 나가 있는 아이들 걱정 안 하고 늙은 자신 걱정 할 수 있는 나를 행복한 사람이라고 자찬하며 웃고 또 웃으며 내년에도 길 걷기 하며 지금까지 걸어 온 대로 노래하며 웃으며 카메라 하나 둘러메고 방방곡곡 계속 걸어갈래요 어떤 때는 옆에 누가 함께 가기도 하고 어떤 때는 혼자이기도 하지만 걷는 길은 가도 가도 밑천이 떨어지지 않아서 참 좋습니다.
길 걷기 취미를 가진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햇빛 속에 보약이 있어 건강하게 걸을 수 있고 길에는 추억이 가득해서 집에 올 때 카메라에 담아 와서 다시 보곤 합니다.
에이 병신년아 바이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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