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해돋이 소망
- 블로그일기/공개 에쎄이
- 2017. 1. 4. 19:39
새해 첫날이 되면 새벽에 광안대교를 걸으며 해돋이를 한다.
광안대교에 차량통행을 금지하고 시민에게 개방하기 시작하고부터 매년 다니고 있다.
우리 부부가 새해를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방문하는 곳이 이곳 광안대교 상판이 된 것이다.
벡스코 앞에서 출발해서 광안대교 상판 어느 지점에서 해 맏이를 마친 후에는 광안대교를 종주하고 힘들다는 느낌 없이 구 수산대학교 앞을 지나서도 전철 타는 데까지 걸어가곤 했다.
어떤 해에는 건강을 잃어서 일출을 보는 동안 서 있기도 힘들었을 때도 있었다.
올해는 잘 걷던 집사람이 먼저 그만 걷자고 한다.
그래서 출발지로 되돌아와서 벡스코 앞에서 새로 생긴 동해선 전동차를 타고 돌아왔다.
오늘 여기를 걷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씩씩하게 걷는 사람들뿐이다.
광안대교가 생긴 이후 줄곧 우리와 함께 새해 아침이면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누구나 저 태양을 바라보면서 한 살씩 더 많아진다.
나와 집사람만 한 살 더 먹는 것은 아니다.
여기 오는 사람들은 다 같이 그때나 지금이나 표정에는 즐거움과 어떤 희망적인 모습들이 깔려있고 밝게 보인다.
태양을 향해서 다 함께 환호하고 날이 훤하게 밝아지면 힘차고 씩씩하게 걸어서 돌아간다.
우리도 똑같이 즐겁고 희망적인 마음으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본 후에 즐겁게 돌아가지만,
올해는 광안대교를 종주도 하고 구 수산대학교 앞까지 걸어가기가 싫어진다.
힘이 없고 걸을 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힘이 넘치고 약간은 흥분된 마음으로 거리를 걷고 싶은 마음이 없어진 것이다.
완전히 날이 밝아지고 사람들이 흩어지며 돌아갈 때 추위 때문에 감싼 모자들이 제쳐지고 얼굴들이 노출된다.
우리만 나이를 먹는 것은 분명 아닌데, 나이 든 사람들이 거의 보이질 않는다.
내 눈에 보이는 나이 든 사람들의 기준은 항상 나를 기준으로 하므로 우리처럼 나이 들어 보이는 사람들이 안 보인다는 것이다.
매년 함께 오던 우리 또래의 사람들은 점점 작아지고 해가 갈 수록 더 젊고 더 어린 사람들이 광안대교 상판에 가득해진다.
우리 또래 사람들이 차츰 줄어든다는 말을 하기가 싫다.
아이들 커 가면서 탈 없어야 하고 공부 잘 해야 하고 직장얻어 저거 앞가림 해야하고 결혼하고 또 손주들도 보고….
그 뒤엔 또 무엇을 염원해야 하는지 끝없이 줄 서 있을 것이다.
많은 선학(先學)들은 이 수많은 염원들을 적당한 시점에서 내려 놓아야 하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망과 염원들이 끝없이 대두되어 죽을때 까지 발목 잡는다는 조언을 듣곤 하지만,
우리 부부는 앞으로도 매년 이곳 광안대교 위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한해를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란다.
오늘 내가 이곳에서 태양을 보며 맘속에 새긴것이 바로 그것이다.
2017년 해돋이를 하고나서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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